HMM 노사는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는 큰 방향에는 뜻을 모았지만, 실제 이전 과정은 앞으로도 적지 않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누가 이동할지, 어떤 부서가 서울에 남을지, 직원 지원은 어디까지 할지 같은 핵심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관 변경과 등기 같은 절차를 거쳐 본점 주소를 부산으로 바꾸고, 대표이사 집무 공간 등을 먼저 옮긴 뒤 세부 내용은 추가 협의를 통해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큰 틀의 약속에 가깝다. 이사 비용, 집 지원, 교통비, 가족 동반 이주 지원처럼 직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직 본격 논의가 남아 있다.
그동안 노조는 본사 이전 문제를 두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협의가 길어졌는데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조정 신청과 법적 대응, 파업 예고까지 이어졌다. 회사는 당시 세계 물류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파업이 현실이 되면 국내외 운송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우선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회사는 이번 이전의 이유로 지역 균형 발전과 해양 산업 집적 효과를 내세운다. 부산을 해양 중심 도시로 키우고, 관련 기관과 함께 움직이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논리다. 상징성도 작지 않다. 에이치엠엠은 국내 대표 해운사이자 세계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제부터가 진짜 협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다른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도 직원 주거 문제, 가족 생활 문제, 자녀 교육,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비용 문제로 오래 진통을 겪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수도권에 생활 기반이 있는 직원은 가족은 서울에 두고 본인만 부산에서 지내는 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주거비와 교통비 부담이 커진다.
직원들의 불만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겉으로는 일단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어도, 실제 이전 일정과 대상 부서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반발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의 합의가 갈등을 잠시 덮어 둔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 일정 역시 중요한 변수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부산 이전 추진 속도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 전에는 갈등을 일단 진정시켜 두고, 선거 이후 보상과 인력 이동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반대로 선거 결과에 따라 이전이 더 강하게 밀어붙여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서울에 남길 부서의 범위다. 재무, 영업, 홍보 같은 핵심 지원 조직이 대거 서울에 남으면 “이름만 부산 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이런 부서까지 모두 부산으로 옮기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해운업은 항만만으로 돌아가는 산업이 아니라 영업, 금융, 계약, 전략, 마케팅, 법률 대응이 촘촘히 연결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화주, 물류회사, 금융기관, 대형 법무법인, 정부 부처 등 주요 거래 상대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이 때문에 본사를 완전히 부산으로 옮기면 중요한 회의와 계약, 금융 협의, 고객 대응을 위해 직원들이 계속 서울과 부산을 오가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출장비가 늘고 이동 시간도 많이 들어 업무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
선박 금융처럼 큰돈이 오가는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런 일은 단순 서류 교환만으로 끝나지 않고, 직접 만나 신뢰를 쌓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금융기관 다수가 서울에 있어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옮길 경우 오히려 실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걱정은 핵심 인력 이탈이다. 해운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오랜 거래 경험, 해외 네트워크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분야다. 금융, 해외 영업, 마케팅, 계약 업무를 맡아 온 숙련 인력이 이전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면 회사 전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회사가 실질적인 보상과 분명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면 인력 유출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의 후속 협상에서 이전 대상, 서울 잔류 부서, 직원 보상, 업무 효율, 인재 유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부산 이전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제로는 이제부터 더 복잡한 과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