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 말한 백기태는, 단순한 악당으로만 보기 어려운 인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1이 공개된 뒤 큰 관심을 모으자, 현빈은 자신이 맡은 백기태에 대해 보다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시즌 2에서 캐릭터가 갑자기 달라진다기보다, 시즌 1에서 만든 성격과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연기 톤을 일부러 크게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즌 2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앞부분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안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작품 속 백기태는 성공과 권력을 위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인물이다. 낮에는 정보기관 요원으로, 밤에는 위험한 거래를 하는 사업가처럼 살아가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설정만 보면 분명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현빈은 그를 아주 단순한 악역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이해되는 면도 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도 있어서 더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현빈에게 백기태는 연기하는 재미가 큰 캐릭터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자주 보여준 모습과는 결이 달랐고, 몸짓과 표정, 말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촬영하면서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표현을 많이 꺼내 보았고, 그런 변화가 시즌 2에서는 더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감독이 이런 시도를 잘 알아보고 잡아줘서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백기태의 강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외형도 세심하게 준비했다. 현빈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인물에게서는 시대의 공기와 권력기관이 가진 무게감이 함께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화면 안에서 슈트 차림이 꽉 차 보이도록 신경 썼다. 단순히 몸을 크게 만드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말과 시선, 움직임까지 모두 위압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그는 그렇게 완성된 모습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 작품은 1970년대의 거친 현실 속에서 권력, 욕망, 성공, 양심이 서로 부딪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백기태 역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누군가에게는 나라의 발전을 앞세우며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욕심을 위해 모든 것을 포장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현빈은 바로 그 애매함이 백기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선택의 순간마다 자기 판단을 옳다고 믿고 싶어 하고, 때로는 양심에서 멀어진 결정까지 스스로 납득하려 한다. 백기태도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백기태를 보며 시청자마다 전혀 다른 답을 내릴 수 있다고 봤다. 어떤 사람은 “결국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방법은 틀렸지만 현실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현빈은 이런 점 때문에 백기태가 하나의 거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현실에도 조금만 방심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상대 배우에 대한 반응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작품을 함께 만든 배우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누구보다 당사자가 그 반응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는 어떤 배역이든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들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부담 역시 본인이 가장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어 시즌 1이 끝이 아니라 시즌 2까지 이어지는 만큼, 더 많은 생각과 준비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최근 현빈은 결혼과 출산 이후 삶의 변화가 연기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배우로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족이 생긴 뒤에는 더 당당한 배우, 더 좋은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고 했다.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고,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우로서의 태도 역시 더 넓고 깊어졌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현빈이 바라본 백기태는 단순히 미워하기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분명 잘못된 길을 가지만, 그 안에는 현실적인 욕망과 설득력,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복잡한 결이 함께 들어 있다. 바로 그 점이 백기태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동시에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만드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