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많은 고령층은 지금 막대한 재산을 쥐고 있다. 다만 이 돈이 자녀 세대로 곧바로 크게 넘어갈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사는 사람이 늘었고, 건강관리와 여가생활에 쓰는 돈도 많아졌으며, 상속이 생겨도 먼저 배우자에게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자산이 가장 많이 몰린 집단은 베이비붐 세대와 그보다 더 나이 많은 세대다. 이들이 가진 자산을 합치면 약 110조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더 젊은 세대의 자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이 거대한 돈이 곧 젊은 세대로 옮겨갈 것”이라고 기대해 왔지만, 실제 흐름은 훨씬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속도다. 자산 이전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큰돈이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령층은 예전보다 오래 살고 있고, 부유할수록 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여행, 고급 은퇴 주거시설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쓴다. 또 살아 있을 때 자녀나 손주에게 집 마련 비용, 학비, 여행비 등을 조금씩 나눠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속 구조도 영향을 준다. 자산 보유자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큰 비중의 재산은 먼저 같은 세대인 배우자에게 넘어가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바로 받는 금액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결국 돈은 이동하더라도, 여러 단계를 거쳐 오랜 시간에 걸쳐 나뉘어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고령층의 자산이 이렇게 커진 배경에는 지난 수십 년간의 주식시장 상승이 있다. 많은 미국 고령층은 오래전에 주식을 샀거나 사업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크게 뛰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에도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자산 구성을 보면, 고령층은 주식과 펀드 비중이 높고, 다른 세대는 부동산이나 기업 지분 비중이 더 큰 편이다.
즉, 지금의 부는 고령층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다기보다 상위 부유층에 더 많이 집중돼 있다. 특히 쉰다섯 살 이상 가구의 자산 증가 폭이 매우 컸고, 그중에서도 상위 부유층의 영향이 컸다. 그래서 앞으로의 상속 흐름도 모든 가정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는, 자산이 많은 집안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상속을 받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오십 대 후반에 상속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육십 대 중반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부모 세대가 더 오래 살면서 자녀 세대도 더 늦은 나이에 재산을 받게 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세대로는 밀레니얼보다 엑스세대가 더 자주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젊은 세대가 곧 대규모 상속의 중심이 될 것처럼 말해 왔지만, 실제로는 그 시점이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베이비붐 세대의 배우자,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엑스세대가 주요 수혜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결국 자산은 다음 세대로 이동한다. 다만 그 과정은 많은 사람이 기대한 것처럼 빠르고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주식시장이 더 오르면 고령층의 재산은 더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생활비와 돌봄 비용이 늘면 남길 수 있는 돈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중요한 변수는 수명, 의료비와 장기요양비, 소비 수준, 주식시장 흐름, 배우자 상속 비중, 생전 증여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미국 고령층이 쥔 거대한 자산은 언젠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겠지만 그 모습은 “갑자기 터지는 큰 이동”보다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이어지는 이전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